서울 인왕산 야등 등산코스
실로 오랜만의 야등인 셈이다. 주말에는 여기저기 주간산행을 하고, 평일에는 직장에, 술자리에 전혀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었기에 언감생심이었다. 최근에 몸과 마음이 모두 지쳐 돌파구가 필요할 때, 야등이라는 기차에 올라탄다. 퇴근 후에 올라야 하기에 비교적 쉽고 짧은 인왕산을 목적지로 한다.
산행코스(4.11km, 산행시간 1시간 52분, 등산칼로리 593kcal)
: 독립문역 3-1번 출구-무악현대아파트-성곽길-범바위-인왕산 정상-범바위-성곽길-무악현대아파트-독립문역
엄청 습한 날씨라 땀이 많이 난다. 그나마 온도는 그리 높지 않은 듯해 다행이라 할 수 있다. 간단히 물 한 통만 들고 출발한다. 무악현대아파트 가운데 길로 가다가 우측 편 계단을 오른다.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인왕산길이다. 힘들이지 않고 성곽길에 들어선다.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이 아주 시원하다. 아직은 어둠이 몰려오지 않은 시간이라 걷는데 불편함은 없다.
성곽길에 올라선다. 그리 가파르진 않지만, 계속되는 오르막 계단이다. 올라가며 위아래로 둘러보는 성곽길 모습과 조망이 멋지기만 하다. 역시나 밤산행을 즐기는 시민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덥고 습한 날씨를 피해 산으로 피서를 온 모습이다. 천천히 여유를 부려가며 범바위까지 올라간다. 일찌감치 이곳에 자리를 잡고 앉아 일몰을 감상하려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잠깐 앉아서 냉커피 한 잔을 들이켜고 쉼을 갖는다.
범바위에서 인왕산 정상까지는 지척이다. 10분이면 도착하는 거리이다. 시원한 바람을 맞아가며 천천히 오른다. 이미 인왕산 정상에도 많은 사람들이 보인다. 부지런한 이들이 이렇게도 많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단 정상 표지목 앞에서 인증 사진 한 장을 찍고 북악산 방향 쪽의 산성 앞에서 아래를 내려다본다. 흐린 날씨로 일몰이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운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서울의 도심 야경을 감상하며 다시금 여유를 갖는다.
어느새 하산할 시간이다. 이미 어두워져 발밑이 잘 보이지 않아 속도를 내지 못한다. 랜턴을 굳이 할 필요는 없어서 천천히 내려간다. 짧은 거리를 무사히 내려서고, 일행들과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간단히 뒤풀이를 한다. 삶의 이유이자, 삶의 의미가 바로 산행이 아닐까? 멋진 야등과 시원한 맥주 한 잔으로 생기를 장착하고 다시 생활전선으로 돌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