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족두리봉+향로봉 등산코스(북한산 생태공원 들머리, 기자촌 근린공원 날머리)
날씨가 기가 막히게 좋은 날, 북한산을 다시 찾는다. 아픈(?) 기억이 있는 그 코스를 우회하는 계획으로 아침 일찍 불광역 2번 출구 앞으로 이동한다. 역시나 많은 산꾼들이 여기저기 모이고 있다. 북한산은 이렇게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음이다.
산행코스(7.14km, 산행시간 5시간 23분, 등산칼로리 1,541kcal)
: 불광역 2번 출구-(도로)-북한산생태공원-용화공원지킴터-족두리봉-차마고도-향로봉-기자능선-(대머리바위)-기자공원지킴터-기자촌 근린공원
하늘도 맑고, 구름도 좋은 최고의 날씨 앞에서 북한산 생태공원 방향으로 걷는다. 생태공원을 가로질러 주택가를 따라 오르면 등산로가 시작된다. 급한 오르막 초입에 용화공원지킴터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돌길이기에 특히나 더 발밑을 조심하며 걷는다. 주말을 맞아 더욱 많은 산객들이 족두리봉을 향하고 있다. 급한 오르막이긴 하지만, 시원한 날씨 덕에 힘든 줄을 모르고 오른다. 중간중간 돌아보는 조망이 너무나 좋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날씨로 시야가 더 멀리까지 트인다.
북한산 생태공원에서 정상까지 1km에 불과해 가장 빠른 코스이기에 급한 경사는 감수할 수밖에 없다. 바위를 딛고, 암릉을 타는 묘미를 느끼며 족두리봉에 다가선다. 역시나 많은 이들이 족두리봉에 모여 있다. 친근한 표지목에서 블랙야크 12봉 인증 사진을 하나 남기고, 꼭대기로 나아간다. 올려다보는 북한산 주봉들의 파노라마는 예전에 알던 그 봉이건만, 느끼는 감흥은 또 다르다. 내가 살아 있다는 느낌을 절실하게 받는다. 이제는 다치지 말아야지 다짐해 본다.
족두리봉에서 잠시 물 한 모금 마시며 휴식을 취한 다음 향로봉을 향해 다시 몸을 일으킨다. 향로봉 5거리에서 탕춘대 방향으로 향하면 차마고도라 불리는 우회 등산로가 있다. 운치 있는 길이 짧게 펼쳐진다. 의외로 이 길도 많은 이들이 이용하고 있다. 예쁜 길이 펼쳐지고, 북한산성 성곽터가 남아있는 곳에서 또다시 오르막의 등산로 구간과 만난다. 향로봉까지 가려면, 급한 오르막 경사를 거쳐야 한다. 심호흡을 한번 하고 나서 발바닥에 힘을 주며 오르기 시작한다.
비봉 방향으로 갈라지는 길이 나오지만, 향로봉은 계속해서 오르막이다. 바위를 타고 오르는 오르막은 꽤나 난이도가 있는 길이다. 멀리 북한산 국립공원 초소가 보이고, 낯익은 아픈 기억의 그 지점이 나타난다. 불과 3~4개월 전의 일인데. 그곳에 잠시 앉아서 나를 최면한다. 이겨내야 한다. 이어서 나타나는 긴 계단을 지나고 나면 드디어 향로봉이 나온다. 이곳은 또 얼마나 오랜만에 찾는 것인가? 향로봉 정상 좌측 편 바위 옆에서 휴식을 취하며 일행들과 준비해 온 식사를 한다. 꿀맛이다.
향로봉 표지목에서 북한산 12봉 인증 사진을 한 장 더 찍고 나서 표지목 좌측 편 기자능선을 향해 하산을 시작한다. 기자능선은 처음 경험하는 곳이다. 역시나 가파르고 험하다. 특히나 더 조심하며 속도를 줄이며 걷는다. 멀리 그 유명(?)한 일명 대머리 바위가 보인다. 평평한 넓은 바위가 흡사 대머리로 보일 만한 곳이다. 이곳에서 여러 장의 추억 사진을 남겨본다. 이곳에서 올려다보는 북한산 주봉의 모습은 또 다른 감동이다. 기자능선 쉼터에서 복장을 잠깐 점검하고 남은 하산길을 재촉한다.
아직 가파른 내리막이 계속 이어진다. 기자공원지킴터까지 내려와서야 급경사의 내리막은 끝이 난다. 북한산 둘레길을 천천히 걸으며 기자촌 근린공원을 지나 대로변까지 내려와 산행의 마무리를 한다. 부상 이후 가장 컨디션이 좋은 상태로 산행을 끝낸 것 같다. 이제는 지리산 종주라도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함께 한 일행들과 이동해 남은 시간 뒤풀이의 시간을 보낸다. 모두가 나를 위한 산행이었던 듯, 자축의 뒤풀이로 느껴진다. 이제 다음 산행은 또 어디로 향해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