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삼성산-호암산 11국기봉 종주 등산코스(관악산공원 들머리)
몇 차례에 걸쳐 시도했으나, 여러 가지 이유로 중도 이탈한 경험이 있는 11 국기봉 종주이다. 다시 한번 기회를 엿보다 날씨가 더 더워지기 전에 시도해 보기로 한다. 대신 들머리는 계속해서 시도한 사당역 출발이 아닌 관악산공원을 들머리로 해서 혹시나 모를 중도이탈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보려고 한다. 가보지 않은 코스이기에 초반에 일정 정도의 알바(?)는 각오하기로 한다.
산행코스(21.57km, 산행시간 10시간 12분, 등산칼로리 3,140kcal)
: 관악산공원 입구-돌산 국기봉(1)-칼바위 국기봉(2)-민주동산 국기봉(3)-깃대봉 국기봉(4)-삼성산-삼성산 국기봉(5)-망월암-소공원-불성사-6봉 국기봉(6)-8봉 국기봉(7)-학바위 국기봉(8)-관악산 정상(연주대)-자운암 국기봉(9)-관악산 정상(연주대)-선유천 국기봉(10)-관음사 국기봉(11)-관음사-사당역
아침 일찍 지하철을 이용해 관악산역으로 향한다. 한낮에 더워지는 날씨를 최대한 뒤늦게 맞이하기 위해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관악산 일주문을 통과해 여유 있게 도로를 따라 걷다가 우측 편 호압사 방면의 이정표를 따라 걷는다. 짧은 둘레길을 지난 후 곧바로 바위길로 접어든다. 첫 번째 국기봉인 돌산 국기봉은 산행 시작한 지 30분이 채 걸리지 않아 마주 보게 된다. 바위 위에 세워져 있는 국기봉과 바람에 세차게 펄럭이는 태극기가 엔돌핀 돌게 한다.
가야 할 길이 멀기에 쉴 틈이 없다. 또다시 짧은 서울 둘레길을 걷다 보면 가파른 계단과 바위 구간을 만난다. 두 번째 국기봉인 칼바위 국기봉도 30여분 간격으로 만나게 된다. 매우 위험한 위치에 자리한 칼바위 국기봉은 옆으로 인증 사진 한 장 남기고 산행을 이어 나간다. 2~3백 미터 거리에 갈림길이 나온다. 이곳에서 우측 편 호압사 방면으로 향한다. 3백 여 미터 앞에 여유 있는 헬기장과 만나고 그 바로 옆이 민주동산 국기봉이다. 쉽게 세 번째 인증에 성공한다.
호암산에서 삼성산으로 넘어가는 깃대봉 국기봉까지는 40여 분이 소요된다. 그나마 편안하게 만나볼 수 있는 구간이다. 삼성산 정상을 향해 암릉의 묘미를 만끽하며 사방의 뷰를 즐기며 계속해 걸음을 옮긴다. 깃대봉에서 20여 분만에 삼성산 정상에 무사히 올라 인증 사진을 하나 더 보탠다. 암릉의 쫄깃쫄깃한 느낌을 즐기며 앞으로 향한다. 그런 암릉 한 꼭짓점에 삼성산 국기봉이 자리해 있다. 의외로 많은 산객들이 자리하고 있어 인증사진을 어렵게 한 장 찍고는 소공원까지 고도를 잔뜩 낮추고, 다시 고도를 올리며 관악산 6봉 국기봉으로 향한다.
소공원까지 계속 하산을 해야 하나, 중간에 망월암 기점에서 팔봉 능선 방면으로 향하다가 다시 되돌아오는 등 2~3차례의 알바(?)를 경험하며 체력이 고갈되어 간다. 버티며 버티며 드디어 소공원을 만나고, 이곳에서 불성사 방향 이정표를 보며 다시 고도를 올리기 시작한다. 그나마 덜 덥고, 바람도 유난히도 시원하게 잘 불어주는 덕에 속도는 느리지만 어렵사리 불성사를 지나 육봉 국기봉에 올라서게 된다. 불성사에서의 물 보충이 가능하다고 하는 포스팅을 보았으나, 실제로는 식수로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개인적인 결론이다.
육봉 국기봉부터의 구간은 이미 여러 차례 다녀 보았던 코스이기에 친숙하기만 하다. 육봉 국기봉에서 팔봉 국기봉까지 가는 도중에 허벅지 근육에 경련이 갑자기 생겨 근육이완제를 먹고, 잠시 셀프 마사지를 해주며 시간을 벌어준다. 속도를 줄이며 학바위 능선으로 향한다. 학바위 국기봉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되돌아와야 하는 구간이다. 천천히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하며 다시 한번 학바위 국기봉에 올라선다. 11 국기봉 중 8번째 인증 구간이다. 이제 얼마 안 남았다. 힘을 내보자.
다시 돌아와 연주대로 향한다. 아이스케끼를 하나 흡입하고 싶지만, 우선은 자운암 국기봉부터 다녀오기로 한다. 관악산 11 국기봉의 최고 난코스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구간이다. 한참을 내리막길을 타고 내려가서 인증 사진 한 장 찍고 다시 올라와야 하는 마의 구간이다. 다리의 힘이 많이 빠져서 속도를 낼래야 낼 수도 없다. 남은 힘을 쥐어짜서 인증 후에 연주대로 다시 올라와 그제야 여유 있게 아이스크림을 영접한다.
이제 남은 구간은 힘이 들 것이 없다. 가파른 내리막에 신중하게 발을 내딛이며 사당역 방면의 능선길을 속도를 내며 걸어본다. 벌써 시간이 꽤나 지나 있는데, 백패킹을 하러 이 시간에 올라오는 이들은 아주 행복한 표정들이다. 선유천 국기봉을 지나 관음사 국기봉까지 한달음에 인증을 마치고 보니, 목표한 11 국기봉 종주 완성이다. 함께 한 대학 후배와 사당역 인근에서 화려하고 멋진 뒤풀이를 하려고 했건만, 피곤이 몰려오는 통에 짧게 마음을 나누고 집으로 향한다. 마음의 숙제를 해결한 그 후련한 느낌으로 꿀잠에 빠져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