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옛날 궁예의 한이 서린 지역이 강원도 철원이라고 할 수 있다. 곳곳에 그의 흔적이 묻어 있어서 그의 서러움을 간접 경험할 수 있기도 하다. 궁예 못지않게 철원과 매칭되는 인물이 하나 있다. 조선시대 생육신의 한 명이자, 소설 '금오신화'의 작가인 김시습이 바로 주인공이다. 그가 은거하며 지냈던 곳, 그곳이 바로 철원의 복계산이다. 대성산부터 파주 장명산까지 이어지는 한북정맥에서 일반인이 등산 가능한 최북단의 산이기도 하다.
산행코스(6.94km, 산행시간 3시간 51분, 등산칼로리 982kcal)
: 복계산 등산로 입구-B코스-복계산 정상-헬기장-복계산 정상-(A코스)-삼각봉-매월대폭포-복계산 등산로 입구
복계산 등산로 입구로 가기 위해서 내비게이션에 목적지 주소를 '철원군 근남면 잠곡리 217-1'로 입력하면 된다. 폭염 속이라 도로에 차들이 별로 많지 않아 두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아 들머리에 도착한다. 폭포가 유명한 곳이다 보니, 이른 시간임에도 주차장에는 차들이 이미 많이 들어차 있다. 점점 더 더워지는 날씨를 고려해, 서둘러 준비를 마치고 산행을 시작한다. 삼거리에서 우측 편 B코스로 향한다.
B코스는 초입부터 원시림을 방불케 한다. 정선의 가리왕산에서나 볼 수 있을 이끼계곡이 더 길게, 더 넓게 포진해 있다. 사람의 손을 덜 탄 길이어서인지 자연의 느낌이 더 난다. 폭염 속임에도 녹색의 빽빽한 산림덕에 직사광선을 피할 수 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습한 기운으로 땀을 흘릴 수밖에 없지만 그래도 참을만하다. 완만하지만, 그래도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가다 서다를 반복해 얼음물로 보충해 준다.
등산로 입구에서 편도 3km가 조금 넘는 코스의 산행이지만, 한여름 산행은 그리 쉽지만은 않다. 능선길이 거의 없이 오름에 집중해야 하는 길이다. 복계산 2 지점 안내판에 이른다. 이곳이 정상을 왕복 후 내려갈 A코스와 만나는 지점이다. 정상까지는 1백 미터 남았다고 이정표에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지점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정상까지 전진을 한다. 커다란 바위 밑에서 위를 올려다본다. 이곳이 정상이다.
바위 옆으로 올라 드디어 복계산 정상에 선다. 사방의 조망이 열린다. 멀리 안개인지, 미세먼지 인지 다소 흐리긴 하지만, 조망이 그래도 시원하게 열려서 기분이 좋다. 인증 사진을 멋지게 한 장 찍고, 일행들과도 기념사진을 한 장 남긴다. 앞으로 약 50m 정도 진행을 하면 헬기장이다. 폭염만 아니면 이곳에서 식사를 하며 휴식을 취하기 딱 좋은 지점이다. 울창한 수풀만 아니면 사방의 뷰도 꽤나 인상적일 지점이다.
정상을 돌아 나와 그늘진 평지를 골라 준비해 온 식사를 하며 일행들과 담소를 나눈다. 맛난 식사 후에 A코스 방향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그래도 올라올 때보다는 더 나은 길이다. 한두 군데의 조망터도 나오고, B코스에서는 보지 못한 벤치 휴식 공간도 군데군데 보인다. 많은 땀을 흘리며 걷는 중에 시원한 계곡물소리가 들린다. 반가운 마음에 서둘러 내려가니, 매월대 폭포가 눈앞에 우람한 모습을 보인다. 폭포 속으로 들어가 산행의 지친 피로를 말끔히 풀어준다.
폭포 앞에서 주차장까지는 지척이다. 알탕으로 젖은 옷가지로 걷는 게 다소 불편하지만, 어렵지 않게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젖은 옷을 갈아입을 시간도 없이 갑자기 들이닥친 소나기를 피해 차에 올라타 뒤풀이 장소로 이동한다. 포천의 이름난 쌈밥 맛집 '모내기'에서 산행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 맛이 산행하는 즐거움이겠지! 또 하나의 즐거운 추억 하나를 간직하고, 서울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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