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공룡능선보다 더 공룡 같은 암릉이다. 설악산 서북종주보다 더 종주 같은 코스이다. 그 어느 산, 그 어느 코스보다 힘들지만 또한 만족도가 꽤나 높은 코스가 바로 주작산, 덕룡산 종주 연계산행이다. 두륜산까지 연계해서 한계에 도전하는 이들도 있지만, 주작산-덕룡산 만으로도 체력의 한계와 만날 수 있다. 그 아름답다는 진달래꽃 절정을 지나 연두연두한 빛깔을 볼 수 있는 시기에 떠나본 주작산, 덕룡산을 되새겨본다.
산행코스(11.95km, 산행시간 8시간 6분, 등산칼로리 1,863.3kcal)
: 소석문-덕룡산(동봉)-서봉-첨봉-주작산-작천소령-주작산 공룡능선-오소재
자정에 출발한 안내버스는 다섯 시간 여를 달려서야 소석문 입구에 도착한다. 아직 어두움이 가시지 않은 새벽, 간단히 장비를 점검하고 헤드렌턴을 착용한 다음 부지런히 출발한다. 시작부터 맞이하게 되는 오르막 암릉과 로프구간이다. 어두움 속에서 힘겹게 힘겹게 한 시간여를 나아가는 사이에 일출의 장관을 보게 된다. 남도의 끝에서 맞이하는 멋진 해돋이의 모습이다. 남도의 산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해발고도가 낮음에도 난이도는 아주 높은 이름답게 힘든 봉우리들이 연이어 나타난다. 하나씩 오를 때마다 탄성이 나올 만큼 아름다운 광경을 반복해서 보여주긴 하지만, 체력도 그만큼 소진될 만큼 쉽지는 않은 코스이다. 진달래가 없는 파릇파릇한 색깔도 나름 운치가 있고, 생동감이 있어 좋다.
덕룡산의 정상인 동봉에 도착한다. 계속해서 보아온 절경들에 비해서는 동봉 정상 모습은 다소 초라하고 왜소하게 느껴진다. 인증 사진 한 장 찍고 산행을 지속한다. 이어지는 서봉에서도 사진 한 장, 이어지는 첨봉을 지나 덕룡산과의 만남을 뒤로하고 하산을 이어간다. 주작산과의 만남이 기대가 되는 시점이다. 체력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일반인들이 등산하기엔 딱 좋은 거리가 여기까지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계속되는 암릉 산행에 피로가 몰려오고, 허기가 지는 시간이다. 주작산을 마주 보고 길가에 자리를 펴고 앉아 준비한 식사를 한다. 꿀맛 같은 식사가 된다. 잠시의 휴식 뒤에 주작산으로 향한다. 종아리, 허벅지, 발바닥 등 온몸이 저리고 결리지만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다.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주작산을 오른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절경을 감상하며, 암릉을 기어오르기도 하며 주작산의 속살을 들여다본다.
드디어 주작산 정상이다. 만족도가 급격히 상승한다. 그러나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남았다. 휴식은 건너뛰고 작천소령에 이어 드디어 주작산 공룡능선이다. 너무나 멋진 능선이지만, 이때부터는 본격적인 체력과의 싸움이다. 산행의 피로가 몰려오는 때, 참고 참고, 수분을 보충하며 공룡 등가죽을 넘어간다. 날머리인 오소재까지 걸음을 재촉해 보지만, 올라도 올라도, 또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없는 산행이다. 피로가 극에 달할 즈음에 눈앞에 도로가 보이고, 오소재가 나타난다. 계속해서 압박하던 산행의 피로는 어느샌가 달아나고, 멋졌던 산행 기억만이 남게 된다.
그 어떤 산행지보다 더 짜릿하고, 기억에 남을 멋진 산행을 제공한 주작산, 덕룡산 종주산행이다. 좀 더 여유 있게 경험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드는 코스이기도 하다. 조만간 다시 한번 더 여유 있는 일정으로 찾아야 할 듯하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인근 유명한 맛집으로 이동해 뒤풀이를 즐긴다. 메뉴는 닭볶음탕이다. 온몸이 뻐근하지만, 행복한 뻐근함을 안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기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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