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다 싶으면 또 장마가 이어진다. 더위에 유독 약한 나 같은 산꾼에겐 더욱 고약스러운 날씨라 할 수 있다. 여름휴가기간 중 하루 산행예정인 날에 비예보가 있어 다음을 기약하려 했으나, 갑자기 오전 중 비가 그치고 있다. 짧은 코스라도 산을 다녀오자 싶어 그나마 만만(?)한 북한산으로 향한다. 블랙야크 북한산 12봉 인증지중 하나 남은 형제봉으로 향한다.
산행코스(4.21km, 산행시간 2시간 8분, 등산칼로리 683kcal)
: 평창동 삼성아파트-형제봉 공원지킴터-형제봉 입구-형제봉-원점회귀
불광역에서 버스를 갈아타고 평창동 삼성아파트 정류장에 내려 건널목을 건넌다. 직진 후 첫 번째 갈림길에서 우측 편으로 향한다. 오르막 포장도로를 따라 오르면 쉽게 거대한 형제봉 공원지킴터 표지판과 만난다. 등로의 시작이다. 나무계단을 오르며 본격 산행에 나선다. 무난한 탐방로이긴 하지만, 습한 날씨로 인해 그리 만만하지는 않다. 왼쪽 편에 커다란 바위 옆 구복암이라는 표지석을 지나며 잠시 쉬어간다. 모기떼로 인해 쉬는 것도 그리 쉽지 않다.
긴 계단을 지나고, 바위에 철제 가드를 잡고 오르면 드디어 조망이 트이기 시작한다. 비가 그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이라 아직 깨끗한 조망은 아니지만, 그래도 북한산의 조망은 남다르다. 정면에 보현봉부터 비봉까지 멋진 능선이 시야를 자극한다. 북한산 비탐구간 중 몰래몰래 가장 많은 이들이 올라가는 봉우리가 바로 보현봉이다. 시야가 한 번 열리고부터는 중간중간 몇 차례 더 멋진 조망을 열어준다. 바람도 간간이 불어 주기에 땀을 식히며 여유를 갖기에 좋다.
형제봉에 들어선다. 정상석이나 표지목도 없이 종이에 글자를 써서 붙여놓은 것이 전부이다. 처음 산행계획은 형제봉을 지나 대남문, 문수봉까지 거쳐서 구기터널 방향으로 하산하려 했으나, 아무도 없는 산중에 날씨도 후텁지근해 더 나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무리하지 말기로 하고, 인증 사진 후에 올라오던 그 길로 다시 하산한다. 외국인 등산객들이 몇 팀 올라오기에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단 두 시간만의 짧은 산행을 마치고, 인근 '장모님 해장국' 식당으로 옮겨 늦은 점심으로 산행의 마무리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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