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연차휴가를 내고, 산을 찾는다. 완연한 봄날의 기운을 만끽하고 싶다. 어느 산이든 상관없다. 그곳에 가을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에만 두 차례 찾았던 안산과 인왕산을 찾아간다. 뜨거운 여름이 아닌 초가을에 느끼는 정취가 어떤 건지 새삼 기대가 된다.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서대문 영천시장 앞에서 하차한 후 산행을 시작한다.
산행코스(6.11km, 산행시간 3시간 6분, 등산칼로리 1,757kcal)
: 서대문 영천시장-독립문-서대문 형무소-안산 둘레길-안산 정상(봉수대)-무악재 하늘다리-인왕사-해골바위-인왕산 정상-(창의문 방향)-윤동주문학관-자하문 고개
날이 좋아서인지, 안산 둘레길에는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상쾌한 가을 날씨 속에 독립문에서 가볍게 출발한다. 둘레길에 올라서서 바로 안산 봉수대로 향한다. 오르막을 잠깐 오르다 보면, 봉수대 못 미쳐 등산로 정비하는 모습이 보인다. 다음에 올 때는 더욱 안락한 등산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올해만 세 번째 오르는 봉수대에 당도한다. 미세먼지 하나 없는 대기상태로 아주 깨끗하게 조망을 만끽한다. 인왕산부터 북한산까지 한눈에 펼쳐진다.
하산은 백암약수터 방향으로 향하다 갈림길에서 둘레길로 접어든다. 둘레길 북카페를 지나 무악재 하늘다리로 향한다. 땀이 거의 나지 않으니, 걷는 발걸음이 더 산뜻하게 느껴진다. 하늘다리를 지나, 긴 계단을 넘고 정자를 지나면, 편안히 쉬기 좋은 해골 바위와 만난다. 이곳에 올라 잠시 휴식을 취한다. 이곳은 바람 맛집이자 뷰 맛집이기도 하다.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리고 다시 인왕사를 지나 성곽길과 만난다. 오르막 성곽길을 따라 조금만 오르면 인왕산 정상이다.
날이 좋기에 사방을 여유 있게 조망하며 천천히 걷는다. 범바위에 이르기 전, 하늘을 보니 신기하게도 파란 하늘에 반달이 떠 있는 모습이다. 오전 10시 가까운 시간에 보는 달이라니, 신기하기만 하다. 범바위를 지나 급경사의 성곽길을 지나 인왕산 정상에 들어선다. 한여름일 때보다 더 많은 이들이 눈에 뜨인다. 외국인의 모습이 역시나 많이 보이는 것도 특이하다. 성곽길을 계속해서 자하문 방면으로 가는 길이 막혀 있음을 알게 된다. 다시 짧은 거리 되돌아와서 왼쪽 편 창의문 방면이라는 표지판을 보고 그쪽으로 산행을 이어 나간다.
운치 있는 길이다. 성곽길이 보수 중이라 우회하기는 하지만, 낭만이 깃든 길이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쉼터에서 그때마다 쉬며 낭만을 즐긴다. 처음 경험하는 구간이라 더 좋다. 자하문까지 여유를 만끽하며 걷는다. 임도까지 내려와서 자하문 고개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건널목을 건너면 북악산이다. 좀 더 걷고 싶지만, 과감히 산행을 종료한다. 아쉽지만, 북악산은 다음에 다시 진행하는 걸로 예비해 둔다. 시내버스를 타고 경복궁역으로 돌아와 집으로 향한다. 가을은 이미 내 맘속에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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