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덕유산 정상 바로 아래 서봉 갈림길 헬기장에서 간단히 간식을 섭취하고, 가야 할 서봉 방향을 바라본다. 그곳엔 전혀 눈이 보이지 않는다. 같은 공간, 다른 세계를 보여준다. 서봉까지 가는 1km 구간은 급한 내리막에서 미끄러운 눈길을 헤치고, 또 서봉 앞 오르막은 눈이 녹아 질척이는 진흙길을 걷는다. 서봉에 들어선다. 이곳도 블랙야크 백두대간 인증포인트이다. 인증을 완료하고, 주변을 잠깐 둘러본다. 이제 남은 구간은 삼자봉과 할미봉을 거쳐 육십령까지 7.7km로 거쳐온 거리만큼 더 가야 한다. 미끄러운 길에 힘을 주며 걸어서인지, 힘이 부치기 시작한다. 삼자봉까지 아무 생각 없이 앞만 보고 걷는다. 등로가 훨씬 더 질퍽거리는 게 걷기 쉽지 않다. 일행들도 여기저기 넘어지고 있다. 발밑에만 집중하며 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