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있는 한라산을 자주 찾기는 쉽지 않다. 날자도 맞아야 하고, 탐방예약이 돼야 하는 것도 있지만, 비행기표 예약부터 하나하나 맞아떨어지지 않으면 쉽지 않다. 물론 당일 몸 컨디션도 좋아야 백록담까지의 산행이 가능하다 할 수 있다. 특히나 겨울에 눈 덮인 한라산을 볼 수 있는 기회는 아무 때나 오는 것이 아니기에 사람 적은 평일에 과감히 제주로 향한다.
산행코스(15.35km, 산행시간 4시간 39분)
: 성판악-속밭대피소-사라오름 갈림길-사라오름-사라오름 갈림길-속밭대피소-성판악
일기예보에 비소식이 있음을 알았음에도 미리 예약해 높은 것이 있어 불안하게 제주로 출발한다. 제주공항에 도착하니 비는 안 내리고, 파란 하늘도 살짝 보이기에 안심하고 출발한다. 택시를 타고 가는 중에 보는 한라산 날씨가 좀 이상하다. 컨디션도 좋지 않은데 걱정이 된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성판악에 도착해서 일단 아이젠과 스패츠를 착용하고 우비를 입은 채 산행을 시작한다. 한라산 등산로는 참 특이하다. 된비알 등산로라 하기도 하지만, 참 편안한 길이기도 하다. 난 개인적으로 편안한 쪽에 손을 든다. 비를 살짝 맞으며 걷다 보니 어느새 속밭 대피소에 이른다.
된비알의 현무암 돌길이 연속해서 이어진다. 내리는 비에 등산로가 습기에 가득 차 힘들어도 잠깐잠깐 쉴 수가 없다. 안경에 습기가 차 시야확보가 안된 상태로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한다. 우려했던 대로 정상까지 가는 길은 통제가 되고 있다. 날씨도 받쳐주지 않고, 몸 컨디션도 정상이 아니었기에, 내키지 않았던 만큼 백록담 탐방은 다음을 기약 하기로 한다. 어차피 눈을 보지 못하는 백록담을 겨울에 무리해서 오르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음이다. 비는 더 거세지고, 바람도 장난 아니다. 할 수 없이 다음을 기약하고, 뒤돌아선다.
백록담을 오르지 못하는 아쉬움을 채우려고 내려오는 중에 사라오름으로 향한다. 사라오름 갈림길에서 6백 m 정도 나무계단을 오르면 사라오름 전망대가 나타난다. 눈이 많이 내렸을 때는 최고의 명당이라는 말이 이해될 법도 하다. 계단 양쪽으로 눈을 상상하면 딱 그림이 나온다. 사라오름에서의 여유 있는 감상에 빠질 틈도 주지 않고 바람이 세차게 불어댄다. 사진 찍기도 버거울 정도의 바람으로 그냥 흔적만 남기고 아쉬운 발길을 돌린다.
올라오던 그대로 내려가는 길이라 그런지 더 지루하게 느껴진다. 생각할 것도 없고, 돌아볼 것도 없다. 그냥 걷는 일에 집중할 뿐이다. 거리는 꽤 긴 코스기에 시간은 좀 걸린다. 바람이 잠잠해지면서 산행 속도를 다소 늦춰가면서 걷는다. 오를 때보다는 그래도 편하게 성판악에 도착한다. 백록담의 눈꽃을 찾아 다시 오마는 다짐과 함께 셀프 뒤풀이는 오분작뚝배기에 한라산 소주로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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