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도인이 많이 살 것 같은 산, 계룡산. 내게는 그 어느 산보다도 낯이 익고, 친근한 이름이다. 본격적으로 등산에 빠져들기 전에도 두 번이나 찾았던 산이기도 하다.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에도 나왔던 곳이다. 화창한 봄날에 계룡산의 강한 기운을 받기 위해 동학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산행코스(9.84km, 산행시간 4시간 24분, 등산칼로리 1,055.9kcal)
: 동학사 주차장-천정 탐방지원센터-남매탑-삼불봉-자연성릉-정상(관음봉)-은선폭포-동학사-동학사 주차장
동학사에서 시계 반대방향으로 가는 코스가 가장 무난하고, 사람들이 많이 찾는 코스이다. 이번에도 그 코스로 환종주를 해본다. 천정 탐방지원센터를 지나 남매탑을 향해 오른다. 왠지는 모르지만, 계룡산은 오를 때마다 힘들다기보다는 편안함이 먼저 느껴진다. 날씨까지 시원해 내 맘을 위로해 준다.
주차장 입구 식당에서 막걸리 한잔을 들이켜서 인지, 알콜(?)기운에 수월하게 남매탑까지 나아간다. 고교시절 국어 교과서 '갑사로 가는 길'에서 수도 없이 반복해 읽었던 남매탑이다. 올 때마다 고교시절이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그간 세월이 많이도 흘렀다. 그래도 그때의 계룡산은 변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다.
남매탑에서 삼불봉까지는 지척이다. 별 어려움 없이 삼불봉 삼거리를 지난다. 이곳 목재테크는 쉬어가기 좋게 만들어져 있다. 잠시 숨을 돌리고, 짧은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삼불봉이다. 둘러보는 조망이 꽤나 좋은 곳이다. 다만, 멀리 두텁게 깔려 있는 불청객 미세먼지는 옥의 티라 할 수 있다.
삼불봉에서 관음봉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인 자연성릉은 일반적인 능선길에 불과함에도 그 이름이 고유명사로 만들어질 만큼 클래스가 다른 능선이다. 암릉과 우회길의 편안한 조화까지, 수시로 꿈에서도 소환될 정도로 인상적인 길이다. 피곤할 줄도 모르고 이어간다.
정상인 관음봉을 지척에 두고 만나는 마지막 난코스는 가파른 긴 철제계단이다. 가파르고 힘은 들지만, 이 길이 계룡산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지점이다. 계단높이 올라 내려보는 자연성릉의 풍광은 언제 떠올려도 설렌다. 이 계단에 들어섰다는 것은 이미 정상에 다 도달했다는 신호이기 때문이다. 관음봉에 도착해 뾰족한 봉우리에 우뚝 솟은 정상석에서의 불편한 포즈의 인증사진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
인증사진 후에 다시 하산이다. 언제나 그렇듯 가파른 내리막이다. 관음봉에서 동학사로 내려가는 길은 그 어느 곳보다 가파르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계곡길을 타고, 조심조심 계단을 내려가고 또 너덜길을 걷다 보면, 어느새 은선폭포 전망대를 만난다. 오늘은 수량이 충분치 않아서 다소 아쉽긴 하지만, 이곳에서의 뷰는 항상 새롭다. 간단히 인증사진을 남기고, 가던 길을 계속해서 간다.
동학사를 만나고, 좀 더 이어서 처음 출발했던 주차장에 도착한다. 10km가 채 되지 않는 길지 않은 산행이 마무리된다. 매번 그랬듯 항상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계룡산이다. 올 가을쯤에 다시한번 찾아야지 하는 다짐을 한다. 국립공원이라 더욱 시끌벅적한 계룡산 등산로 입구를 보며, 봄이 왔음을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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