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가 힘들지만, 그만큼 더 볼 게 많은 산이 여럿 있다. 그중에 합천 가야산 만물상 코스를 빼놓을 수 없다. 봄비 오는 날 찾는다. 그 멋진 코스에 우중산행, 그 자체로 낭만적이지 않은가? 맑은 날과는 다른 어떤 느낌을 안겨줄지 기대가 된다.
산행코스(8.91km, 산행시간 6시간 32분, 등산칼로리 1,116kcal)
: 백운동 탐방지원센터-(만물상코스)-상아덤-서성재-칠불봉-정상(우두봉, 상왕봉)-서성재-용기골-백운동 탐방지원센터
새벽부터 차를 몰아 도착한 가야산 백운동 탐방지원센터에 날씨가 꾸물꾸물하다. 봄비가 내리고 있다. 우비를 준비하고, 안개비를 맞으며 천천히 출발한다. 날씨 덕에 산행객이 거의 없어 한적하고 여유 있는 산행이 가능한 것에 오히려 위안이 된다. 초입에 잠깐 안개비 맞은 뒤에는 그나마 비는 그치고 오지 않는다. 멀리 운무가 장관이다. 한참을 감상하며 상념에 빠져본다.
기암괴석들이 아름다운 만물상 코스로 향한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암릉들, 거기에 계단과 깎아지른 오르막이 힘들게 하지만, 거기에서 보여주는 환상적인 조망을 그 피로를 잊게 만든다. 직전까지 내린 비로 인해 바닥이 축축해져 있어 어느 한 곳 앉아서 쉴 수가 없다. 힘들어도 천천히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
상아덤 바위까지 올라와서 뒤돌아보면 지나온 길이 실감이 난다. 다시 흩날리기 시작하는 안개비에 아랑곳없이 서성재까지 나아간다. 이곳에서 식사하기 딱 좋은데 이번에는 지나친다. 돌아보는 만물상 탐방로 입구에 적힌 ' 매우 어려움, 가급적 용기골 탐방로를 이용'하라는 문구가 실감 나게 다가온다.
서성재를 지나면서부터는 정상까지 남은 거리가 1.4km에 불과하다. 계속해서 안개비를 맞으며 정상으로 향하는 발걸음에 힘을 내본다. 급경사의 철계단이 연이어지고, 드디어 칠불봉이 나타난다. 가야산의 제일 높은 봉우리임에도 정상은 우두봉에 내어준 슬픈(?) 봉우리이다. 그 칠불봉을 지나 우두봉에 발을 내딛는다. 아쉽게도 흐린 날씨로 인증사진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래도 멋진 만물상코스로 올라왔기에 감동은 적지 않다.
식사도 건너뛰고 점차 거세지는 비를 맞으며 하산을 서두른다. 서성재까지 조심하며 내려와서 용기골 코스로 향한다. 계속이 좋다는 용기골 코스는 만물상 코스보다 거리도 짧고 산행시간도 한 시간 가까이 줄어드는 이점이 있다. 내리는 비로 암릉이 미끄러워 만물상 코스로의 하산은 피한다. 점차 굵어지는 비를 맞으며 걷다가 결국은 우비를 꺼내 입는다. 코스 길이가 짧은 용기골 코스이다 보니, 원점까지는 예상보다 빨리 도착한다. 낭만과 운치를 맛본 가야산의 우중산행이 무사히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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