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지나고, 폭염 또 이어지는 태풍으로 산행 일정을 잡기 어려운 일상이 지속된다. 틈새를 잡아 어디든 주기적으로 올라야 생체리듬이 살아나는 전형적인 산꾼의 특성으로 고민이 많아지는 시기이다. 토요일이 아닌, 비가 그친 일요일에 가까운 북한산을 찾아 회포를 푼다.
산행코스(10km, 산행시간 5시간 20분)
: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계곡길-보리사앞 갈림김-(우측)-중성문-북한산대피소-용암문-노적봉-만경대-백운봉암문-정상(백운대)-백운봉암문-약수암-대동사-보리사-(임도)-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
일출 산행을 계획했으나, 날씨가 여의치 않아 오전 일찍 산행하는 것으로 바꾼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7시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 도착한다.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매표소를 지나, 왼편 계곡길로 산행을 시작한다. 한여름임에도 시원한 기분을 느낄 만한 날씨를 즐기며 걷는다. 올려보는 원효봉과 그 너머 백운대에 구름이 둘러싼 모습이 더욱 멋지게 다가온다. 보리사 앞 갈림길에서 화장실을 다녀온 후 오른편 북한산 대피소 방향으로 향한다. 백운대까지는 1.5km가 길지만, 일명 백운대로 가는 편안한 길이다.
기온은 높지 않지만, 습도가 높아 땀이 멈추지 않는다. 계곡길을 따라 걷는 내내, 수분을 주기적으로 보충해 준다. 대남문 갈림길에서 왼쪽 부암문 방향으로 향한다. 너덜길을 좀 더 따라 오르면 부왕사지를 지나 북한산 대피소를 만난다. 이곳에서 잠시 쉬어가며 준비한 과일과 음료를 섭취한다. 온몸에 흐르는 땀을 식혀 가기에 딱 좋은 위치에 자리 잡고 있는 게 북한산 대피소라 할 수 있다.
북한산성 성곽길과 합류하게 된다. 북한산성 성문 종주길에 여러 번 마주친 바로 그 성곽과 성문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용암문을 만나다. 이곳에서도 한 장 사진을 남겨두고 구름 낀 산길을 따라 노적봉을 지난다. 능선길이라 그나마 더위가 좀 가시고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진다. 만경대의 바위길을 즐기며, 백운봉암문 앞에 선다. 이제부터 백운대까지의 3백 m 구간은 북한산의 하이라이트이자 가장 난코스의 구간이다. 북한산의 명물인 야생개 세 마리를 영접(?)하고 심호흡을 한번 하고 백운대를 향한다.
성곽 계단길을 따라 오르며 백운대를 바라보니, 구름이 조금씩 움직이는 게 보인다. 운해를 볼 수도 있겠다는 기대를 하며 오른다. 잔도길을 따라 걷는다. 내려보는 만경대의 풍경은 아직 흐릿하게만 보인다. 백운대에 올라선다. 평소보다는 역시나 사람이 적다. 정상석 대기줄에는 몇 명뿐이라 어렵지 않게 인증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곳에서 조망을 내려보는 동안 구름이 흘러가며 시야를 밝힌다. 기대하던 운해가 펼쳐진다. 더없이 소중한 축복 한 가지를 받은 느낌이다. 한참을 즐기며 백운대 여기저기를 살핀다.
하산하는 길은 많이 낯이 익은 길이다. 잔도길 밑에서 만경대를 배경으로 멋진 기념사진을 찍는다. 점차 구름이 걷히며, 태양의 열기가 올라오고 있다. 서둘러 하산길을 재촉한다. 가파른 너덜길을 내려서며, 흐르는 땀을 훔친다. 약수암 쉼터를 거쳐 대동사를 지나고, 시원한 계곡물을 만난다. 등산화를 벗고 피곤한 발을 계곡에 담근다. 또다시 피로가 멀리 달아난다. 보리사를 지나 도로를 따라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 돌아온다. 태풍이 지난 후 북한산 산행은 멋진 운해의 선물을 안고 무사히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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