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공기가 탁하고, 다소 무더운 바람에 늦게까지 잠에 들지 못해 피곤한 몸으로 새벽을 맞이한다. 연하선경에서의 일출을 목표로 4시에 기상을 한다. 이미 대피소에는 절반 이상의 사람들이 빠져나간 상태이다. 그들은 새벽 1시부터 일어나, 천왕봉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둘러 출발했기 때문이다. 아직 피곤이 채 풀리지 않은 몸을 일으켜, 배낭을 다시 짊어지고, 헤드렌턴에 의지해 어둠을 밝히며 천왕봉으로 향한다.
산행코스(10.1km, 산행시간 6시간 48분)
: 세석 대피소-촛대봉-연하선경-연하봉-장터목 대피소-제석봉-통천문-정상(천왕봉)-법계사-로터리대피소-순두류 버스 정류장
세석 대피소를 출발해 첫 번째로 맞이하는 촛대봉이다. 조망이 꽤나 인상적인 이곳이지만, 어둠 속이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하고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다. 이슬이 깔린 길을 바위길을 따라 조심하며 걷는다. 세석 대피소에서 약 3.5km 내외에 위치한 연하선경이 내려다 보이는 전망대에 도착한다. 다소 안개 낀 날씨로 일출을 볼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멀리 빠알간 여명이 머리를 내미려고 하는 게 보인다. 드디어 지리산의 이글거리는 태양이 얼굴을 내민다. 화려한 장관이다. 곧 대학 진학을 하는 늦둥이 딸아이의 행운을 간절하게 빌어본다. 지리산의 하이라이트인 연하선경과 그 옆으로 펼쳐진 멋진 운해를 한참 동안 감상한다.
연하선경에 내려선다. 내딛는 한발 한발이 감격스럽다. 이곳이 바로 지리산의 속살이다. 수시로 오고 싶은 곳임에도 그렇지 못함이 아쉽다. 연하선경을 지나 연하봉을 만난다. 종주를 하면서 몇 번째 봉우리인지 모르지만, 이곳에서도 인증 사진을 한 장 남긴다. 연하봉에서 잠시 휴식 후 장터목 대피소에 약 20여분 뒤에 도착한다. 멀리서 내려보는 장터목의 모습도 꽤나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아침식사를 한다. 이번에도 또한 라면정식이다. 산에서 먹는 마지막 끼니가 된다. 너무나 맛있게 아침 식사를 즐긴다.
드디어 천왕봉을 향해 길을 나선다. 장터목 대피소에서 제석봉 오르는 오르막은 깔딱 고개라 할 수 있다. 남은 힘을 모아 내딛는 발에 담는다. 양 옆으로 이름 모를 야생화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천상의 화원이다. 제석봉에서 사방의 뷰를 즐긴다. 시원한 바람과 함께 꿀맛 같은 휴식이 가능하다. 다시 천왕봉을 향해 걸음을 이어간다. 색다른 꽃과 만난다. 용담... 인제 용늪에서 만났던 비로용담과 같은 종류라 할 수 있는지. 화려한 꽃잎을 한 장 사진에 담고 통천문을 지난다. 양 옆으로 보이는 고사목이 더욱 운치가 있다. 드디어 천왕봉이다.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정상에서 인증 대기줄은 그리 길지 않다. 다행이다. 정상석에서 요즘 핫한 시그니처 포즈로 사진을 한 장 찍는다. 정말로 기분이 좋다. 날아갈 것 같다.
하산길은 법계사 방면의 가파른 내리막이다. 속도를 내기가 힘든 길이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천왕봉으로 올라오는 이들을 마주치며 지난다. 한참을 느린 속도로 내려간다. 큰 바위에 일출봉이라 적여 있는 일출명소를 지나, 법계사에 당도한다. 시원한 샘물을 마시고, 바로 옆 로타리대피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다. 중산리 탐방센터까지 가는 칼바위 방향은 꽤나 험하다 할 수 있다. 일행 중 한 명이 많이 늦는 바람에 할 수 없이 일부는 칼바위 방향이 아닌 순두류 방향으로 향한다. 그래도 더 수월한 길이다.
계곡길을 따라 운치를 즐기며 순두류에 도착한다. 이곳에 법계사에서 운영하는 셔틀버스가 있다. 1시 40분 버스를 타고, 10여분 이동해 중산리 탐방 지원센터에 도착한다. 산행이 이렇게 마무리된다. 계속되는 찐(?)한 뒤풀이 뒤에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에 올라탄다. 서울에 올라와서도 2차 뒤풀이가 있었다는 것은 사실은 알만한 사람만 아는 비밀. 지리산의 속살 체험 종주를 무사히 마친다. 행복한 밤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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