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산 지리산. 우리네 삶과 역사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이어져 온, 그곳을 엄마의 품속이라고 얘기하고는 한다. 그만큼 따뜻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킨다는 뜻일 듯하다. 지난해 성삼재부터 중산리까지의 성삼재 종주를 무박으로 하면서 제대로 지리산의 속살을 체험하지 못한 듯하여 아쉬움이 있던 차에, 동생들과 함께 다시 찾게 된다. 이번에는 대피소에서의 1박을 하는 일정으로 진행한다.
산행코스(23.8km, 산행시간 11시간 42분)
: 성삼재 주차장-노고단고개-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연하천 대피소-형제봉-벽소령 대피소-덕평봉-선비샘-칠선봉-영신봉-세석 대피소
동서울 터미널에서 밤 10시 55분 버스를 타고, 성삼재에 새벽 2시 50분쯤에 도착한다. 성삼재 휴게소에는 이마트 24 편의점이 보인다. 이른 시간부터 컵라면으로 속을 달래는 이들이 많이 보인다. 잠시 숨을 돌리고 있는 사이, 누군가 나를 아는 체한다. 밴드 페이지 구독자라며, 잘 보고 있다고 격려를 하며, 초코바도 하나 건네주신다. 와우! 화장실도 다녀오고, 장비를 점검한 후에 여유 있게 산행에 나선다. 헤드렌턴으로 보이는 나만의 세상이 정겹다. 시원한 새벽공기도 좋고, 하늘의 무수한 별들을 보는 느낌도 좋다.
노고단 대피소에서 노고단 고개로 가는 계단은 한창 공사 중이라 우회길로 돌아간다. 평소보다 조금 늦게 노고단 고개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인증 사진을 한 장 남긴다. 노고단 고개에서부터 이어지는 길은 한마디로 성중종주의 꽃길(?) 구간이라 할 수 있다. 속도를 내며 움직일 수 있다. 다만, 전날 늦게까지 내린 비로 군데군데 질퍽한 곳이 있어 주의하며 걷는다.
돼지령을 지나, 임걸령까지 내쳐 지나간다. 삼도봉에서의 일출을 보기 위해 서두르고 싶으나, 일행의 등산 체력이 그렇게 쉽지 않아 보인다. 그냥 쉬엄쉬엄 가는 수밖에 없다. 임걸령 쉼터에서 잠시 쉬고 나서 노루목에 도착한다. 일행 중 두 명은 반야봉으로 향하고, 남은 이들은 노루목 한 편의 바위에 올라 발아래로 보이는 환상적인 운해와 산그리메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다. 예정된 시간보다 다소 늦긴 하지만, 릴렉스한 이 느낌이 너무나 좋다.
노루목에서 삼도봉까지는 1km 거리이다. 삼도봉 상징물에서 다양한 포즈로 사진을 찍고, 김밥 한 줄로 허기를 달랜다. 화개재를 지나며, 반야봉을 다녀온 일행과 다시 합류를 한다. 토끼봉에서도 오던 길을 돌아보며, 운해를 만끽해 본다. 연하천 대피소 까지는 그나마 손쉬운 길이 이어진다. 벽소령 대피소에서 점심식사를 하려던 계획을 변경해 연하천 대피소에서 라면정식으로 이른 점심을 먹는다. 꿀맛이다. 시원한 샘물을 보충하고, 벽소령 방향으로 계속 나아간다.
하늘도 좋고, 숲길을 걷기에 뜨거운 햇빛을 피할 수 있어 걷기 좋다. 이 구간이 또 하나의 시그니쳐 포토 맛집인 형제봉 앞에 선다. 사진을 건너뛸 수는 없다. 체력이 조금씩 부담되기에 다시금 속도를 내어본다. 벽소령 대피소에 도착해서 휴식을 취한다. 졸음이 몰려온다. 지친 발을 다시금 일으켜 세석 대피소를 향해 나아간다. 물 보충을 해야 하는데 선비샘이 기억 속의 위치와 다른 듯하다. 가도 가도 나오지 않는다. 덕평봉을 지나 드디어 선비샘을 만난다. 졸졸졸 가늘게 나오는 샘물을 마시니 피로가 한결 풀리는 것 같다.
세석 대피소까지는 아직도 3.5km 이상이 남아 있다. 성중종주의 가장 힘든 구간이 아마도 이 구간일 듯하다. 칠선봉을 지나며 다시금 멀리 산그리메를 감상한다. 남은 거리를 계속 체크하면서 발에 힘을 준다. 영신봉까지는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다. 철계단을 오르고, 돌계단과 바위길을 걸으며 드디어 트랭글의 영신봉 배치 획득 알림음을 듣는다. 이곳이 또한 블랙야크 남남정맥 인증 포인트라 반가운 마음에 인증 사진을 남긴다. 눈앞에 보이는 세석 대피소가 너무나 반갑다. 거의 12시간 여의 1일 차 산행이 마무리된다. 세석 대피소에 도착해 준비한 삼겹살과 라면, 밑반찬 등으로 성대한 만찬을 즐긴다. 산중에서 느끼는 이런 여유가 좋다. 2일 차 새벽 일출산행을 위해 일찍 숙소에 든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 길게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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