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으로 청명한 가을 하늘을 즐길 수 있는 시기이다. 등산하기 딱 좋은 계절이라 할 수 있다. 평일 휴가를 하루 내고, 안내 산악회 버스를 타고 땅끝마을 해남으로 달려간다. 멀다는 이유로 매번 짧은 코스로만 찾았던 100대 명산 달마산을 제대로 품어볼 기회를 갖고 싶었기에 큰 맘먹고 출발한다.
산행코스(7.77km, 산행시간 4시간 25분, 등산칼로리 1,210kcal)
: 마봉리 주차장-도솔암 약수터-도솔암-떡봉(도솔봉)-문바위-정상(달마봉/불썬봉)-미황사-미황사 주차장
사당역에서 아침 6시 40분에 출발한 버스는 휴게소 한번 들르고 들머리에 거의 정오가 가까운 시간에 도착한다. 잠깐 화장실 한번 다녀온 후 부지런히 도솔암 방면으로 향한다. 1km가량의 도로를 따라 걸으면 달마고도에 들어선다. 이곳부터 도솔암까지는 1km에 불과하지만, 마지막 4백 미터 가까이가 아주 가파른 오르막 길이라 고생 꽤나 하게 된다.
여러 차례 가다 쉬다를 반복해 가며 도솔암에 올라선다. 도솔암의 영험한 기운도 유명하지만, 또한 이곳에서 내려보는 조망은 그 어느 곳보다 훌륭하다. 한참을 감상하며, 숨을 돌린다. 달마산 정산 이정표를 보고 내려가면 바로 만나는 갈림길이다. 우측 편으로 가면 달마고도를 따라가게 되고, 왼쪽 편이 본격적인 달마산의 암릉 능선으로 향하는 길이다.
흐릴 것이라던 일기예보와 다르게 파란 하늘과 하얀 구름이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데 아쉬운 것은 다소 더운 날씨에, 바람마저 잠잠하다는 것이다. 본격적으로 땀을 흘리며 험난한 암릉을 오르내린다. 이름도 특이한 떡봉까지 이르는 동안 여기저기 멋진 조망 맛집에서 감동을 느끼며 달마산의 기운을 받아들인다. 떡봉까지의 능선길을 그나마 수월한 구간이다. 이제부터 달마산 정상까지의 길이 고난(?)의 길이 된다. 심호흡을 한번 다시 하고 나서 그 속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길지 않은 길임에도 정상까지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다. 더위는 점점 더 엄습해 오는데, 가파른 로프구간에 칼바위 능선에 속도는 더디고, 위험한 구간도 군데군데 나타난다. 올라가면 또 내려가고, 올라가면 또 내려가며 정상을 향하는 코스는 흡사 달마산 인근의 주작산 공룡능선을 연상케 한다. 안내버스에서의 부여된 시간이 그리 충분하지 않아 보여서 마음이 급하기만 한데 몸은 따라주지 않는다. 희한하게 생긴 문바위를 통과하며 달마산 정상을 바라본다. 고지가 이제 눈앞에 있다. 마지막 힘을 내보자.
문바위에서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300m에 불과하다. 그러나 한번 더 고도를 낮춰 내려갔다가 다시 로프와 계단 구간을 연이어 지나야 한다. 역시나 쉽지가 않은 코스이다. 힘들게 힘들게 달마산 정상에 도착한다. 정상엔 그늘진 곳이 없어 뜨거운 태양을 피할 수가 없다. 정상석 앞에서 인증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정상석이 단단하게 고정이 되지 않고 흔들린다. 신속하게 보수공사를 해야 할 텐데.
미황사까지 내려가는 길은 편도 1.4km밖에 되지 않는다. 가파른 돌길이지만, 그리 힘들지 않게 내려갈 수 있다. 약 40여분 만에 하산을 완료한다. 하루 종일 식사도 하지 않고 버텨온 산행이다. 옷을 갈아입고,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곯아떨어진다. 거의 자정 가까운 시간에 집 앞에 도착해 순대국과 차가운 소주 한잔으로 빈속을 채운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행복한 뻐근함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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