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전 이맘때쯤 찾았던 김천 황악산과의 첫 만남을 기억해 본다. 황악산에서의 첫 번째 만남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하마터면 큰 부상을 입을 뻔한 사고를 당한다. 암릉이 아닌 육산이고, 빙판이지만 눈길이라 그나마 더 큰 불상사는 피하게 된 그날이다. 내게 기억되는 황악산은 그래서 그리 편안한 느낌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산행코스(13.45km, 산행시간 5시간 39분, 등산칼로리 1,341kcal))
: 직지사 주차장-백운봉-정상-형제봉-신선봉-직지사 주차장
친한 대학후배 한 명과 새벽같이 출발해 직지사 주차장으로 향한다. 주차장까지 가늘길에 날씨도 따뜻하고 눈도 보이지 않는다. 다만 아쉽게도 미세먼지 탓인지 시야가 많이 흐리다. 산행시작할 때 다소 습도가 높기는 하다.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들머리를 찾지 못해 왕복 1.2km 정도의 알바(?)를 하고 정상 산행을 시작한다. 사찰에 지금은 입장료를 지불하지 않지만, 그 당시에는 인당 2,500원을 지불하고 들어가게 된다. 꽤 규모가 크고, 웅장한 직지사를 지나 몇 개의 암자를 거치자 임도가 끝난다. 임도를 지나 주차를 이곳까지 올라와서 해도 되는 거였는데 하는 아쉬움을 안고 본격 산행을 시작한다.
황악산은 비록 험한 암릉은 아니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이라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정상 근처에 이를 때까지는 눈길이 아니어서 다행이다. 여러 차례 잠깐씩 쉬면서 정상으로 향한다. 미세먼지덕에 뷰가 좋지 않아 감흥이 덜하다. 정상 얼마 정도 못 미쳐서부터는 갑자기 기대하지 않은 멋진 상고대가 펼쳐진다. 미끄러운 눈길과 맞바꾼 상고대랄까? 몇 장의 눈사진을 남기고는 큰 어려움 없이 정상과 마주한다. 해발고도가 1,111m로 1이 네 개나 돼 잊히지 않는 황악산이다. 거대한 정상석 앞에서도 멋진 포즈로 인증 사진을 한 장 남겨준다.
하산은 직진해서 형제봉 방향으로 가는 환종주 코스이다. 올라온 코스보다 완만한 코스로 알고 진행하긴 했는데. 꽤 긴 거리가 아직 눈과 빙판이 남아 있다. 응달이 많은 곳이어서 눈이 덜 녹아 많이 미끄럽다. 거기에 깎아지른 경사가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아이젠을 착용해야 함에도, 올라올 때도 아이젠을 하지 않고도 크게 무리 없다고 자만한 것이 큰 실수로 다가온다.. 조심한다 했는데 하산길 좁은 경사면에서 크게 미끄러진다. 한참을 내리막으로 미끄러지마, 다행히 마지막 순간 로프를 잡아 큰 위기는 모면하고 팔뚝에 찰과상을 입고 그럭저럭 마무리되나 싶었는데,. 또 한 번의 미끄러짐을 겪은 뒤부터는 내려가는 길이 극히 조심스럽다. 다리에 힘이 들어가서 허벅지에도 무리가 간다. 황악산이 왜 '악'산인지 드디어 실감하는 순간이다.
어쨌든 7km 이상의 긴 하산을 마무리한다. 위험한 순간을 지나, 오랜만의 상처를 안고 주차장으로 돌아온다. 응급약품으로 간단히 조치를 취하고, 뒤풀이 장소로 서둘러 올라온다. 다시금 산에 대해 겸손함을 가져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황악산 산행이다. 많이 힘들고, 지쳐서 소진된 영양분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참치회로 채워준다. 찰나의 순간에 다가오는 위기는 항상 도사리고 있다. 좋은 교훈과 함께 한 황악산 산행은 추억의 한 페이지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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