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매불망 그리도 기다렸던 이 가을도 끝자락으로 달리고 있다. 낭만이 가득한 10월의 마지막 밤에 만추를 오롯이 즐기고자 설악산으로 향한다. 6년 만의 공룡능선 산행에 기대가 아주 크지만, 비가 흩뿌린다는 날씨예보가 불안을 주기도 한다. 자주 같이 산행하는 세 명의 후배와 저녁 늦게 만나 설악산 소공원 주차장으로 향한다. 주차가 힘들듯하여 예상시간보다 훨씬 일찍 도착해, 차 안에서 잠깐 잠을 청한다. 다행히 다소 굵어지던 빗방울이 잦아들고, 비가 그칠 무렵 차에서 나와 매점으로 향한다. 혹시 몰라 컵라면을 준비했으나 매점에서 간단한 분식류를 판매하고 있기에 뜨거운 국물의 어묵우동으로 속을 달랜다. 마음의 준비를 하고 배낭을 둘러맨다.




산행코스(21.2km, 산행시간 12시간 13분, 소묘열량 2,500kcal)
: 소공원 주차장-신흥사-비선대-금강문-마등령-마등령 삼거리-나한봉-큰새봉-킹콩바위-1275봉-신선봉-무너미고개-희운각 대피소-무너미고개-천당폭포-양폭대피소-천불동 계곡-비선대-소공원 주차장


새벽 3시 30분쯤에 산행을 시작한다. 11월 1일부터 동절기라 비선대 출입시간이 3시에서 4시로 늦춰진다는 것을 감안해 다소 늦게 출발한다. 날씨가 흐림에도 많은 이들이 공룡능선으로 향하고 있다.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하며 보무도 당당하게 속도를 올린다. 40여분 만에 비선대에 도착한다. 고교 수학여행 때의 추억이 남아 있는 비선대의 모습은 어두움으로 볼 수 없다. 하산할 때 다시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비선대에서 마등령 삼거리까지는 3.5km 거리밖에 되지 않지만 가장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오르막 돌계단을 지나야 한다.








비선대에서 두 시간여 진행하고 나니 멀리 여명이 조금씩 비추고 있다. 마등령에 가까이 다가온 순간이다. 계속되는 철계단을 서둘러 올라가며 마등령에서 일출을 보려고 노력해 보지만 흐린 날씨로 일출의 순간은 다음을 기약할 수밖에 없다. 마등령을 지나 마등령 삼거리에서 뒤처진 일행들을 기다리고 있을 때 멋진 태양이 살짝 고개를 내밀어준다. 이 정도의 모습으로도 충분한 감동이다. 마등령 삼거리 표지판에서 블야 백두대간 인증 사진을 한 장 찍고, 뒤늦게 합류한 일행들과 본격적인 공룡의 등가죽 산행을 시작한다.








공룡능선 초입에 만나는 나한봉에서 능선 방향을 조망하고, 우측 편에 있는 멋진 산봉우리들을 둘러본다. 오르내림을 계속 반복하는 구간이다. 암릉의 묘미도 만끽하며 큰새봉을 지난다. 설악산 공룡능선의 봉우리들엔 이정표도 정상석도 없다. 이정표나 표지판이라도 세워져 있다면 더 많은 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텐데 하는 생각을 해본다. 힘든 발걸음을 옮기다 보니, 전방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사진을 찍고 있다. 설악산 공룡능선에서도 가장 핫플이라고 할 수 있는 킹콩바위가 그 주인공이다. 앞에서 사진 찍던 젊은 여성분은 심한 바람에 착용하고 있던 선글라스가 날아가는 낭패를 당한다. 안쓰럽지만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








킹콩바위에서 멋지게 사진을 남기고 공룡능선의 가장 높은 봉우리인 1275봉을 오른다. 꽤 긴 오르막을 속도를 조절하며 오르다, 잠시 바위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도중에 갑작스럽게 좀 전의 선글라스 낭패를 봤던 여성분이 와서 알은체를 한다. 네이버 밴드페이지 구독자란다. 긴가민가 하며 왔는데 맞는 것 같다고 확인하신다. 아주 반갑게 맞이하고, 한 장의 사진도 남긴다. 나의 등산 포스팅에 도움을 많이 받는다는 말에 큰 힘과 위로를 얻는다. 1275봉에 도착해서 숨을 돌린다. 최근 사고 여파로 봉우리에는 올라갈 수 없다.








촛대바위의 모습이 멋지다. 촛대바위 틈으로 들어가서 공룡능선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찍어본다. 마등령 삼거리 이후부터 날씨가 개이면서 사방의 조망이 모두 예술이 된다. 마지막 봉우리인 신선봉을 마주 보고 심호흡을 한번 한 다음 전진한다. 힘들게 힘들게 신선봉에 올라선다. 공룡능선길에 계속 불어오고 있던 바람이지만, 신선봉의 바람은 더욱 매섭기만 하다. 일행들과 단체사진도 한 장 남기고 서둘러 희운각 방향으로 진행한다. 급경사의 바위에 철제 난간을 잡고 내려가는 길은 쉽지 않은 길이라 더욱 주의를 요한다. 조심조심 무너미 고개를 지나 희운각 대피소에 도착한다. 리모델링 이후 처음 방문하는 희운각 대피소가 반갑다.








희운각 대피소에서 비선대까지의 거리는 5.5km, 비선대에서 소공원 주차장까지는 3km가 조금 넘는 거리가 된다. 천불동 계곡을 따라 걸어가는 길은 속에서 천불이 난다고 해서 천불동이라고도 하는데. 어쨌든 심한 너덜길을 따라 걷는 길은 고난의 길이라 할 수 있다. 단풍이 이미 내년으로 넘어간 천불동 계곡이지만 그 위용만큼은 어디 가지 않는다. 양폭 대피소를 지나며 그나마 수월한 계곡길을 걷는다. 내려가는 내내 눈앞에 보이는 절경은 사진에 담지 않을 수가 없다. 12시간 만에 비선대로 돌아와 새벽에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아쉬움을 씻는다. 일행 중 한 명의 컨디션 난조로 오래 지체됐던 것을 감안하면 꽤나 빠른 시간 내에 소공원 주차장에 도착하며 산행을 무사히 마무리한다. 물치항으로 이동해 싱싱한 돔과 광어회로 대미를 장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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