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제천에는 멋진 산들이 많이 있다. 여기저기 어디를 가도 그 멋짐에 반하게 된다. 금수산도 그중의 하나이다. 눈 소식이 있는 날 무작정 차를 몰고 금수산을 찾아가 보기로 한다.
산행코스(6.48km, 산행시간 4시간)
: 상학주차장-남근석공원-정상-금수산삼거리-상학주차장
평일 산행에 눈 산행이기에 산행객이 별로 없을 것이란 생각은 했지만, 그 정도가 아니다. 10시 못 미쳐 산행을 시작하고 올라갈 때부터 내려올 때까지 아무도 걷지 않은 눈길을 내가 길을 내며(러셀) 완주하게 된다. 이런 감동적인 일이 있나? 금수산을 통째로 전세 낸 기분 좋은 날이다. 물론, 정상 셀카 인증샷 후 하산 준비 중에 한 분의 산객을 만나긴 했지만.. 그분께 올라오는 길 힘들지 않았냐고 물으니, 내 발자국만 따라와서 수월했다고 고마움을 전한다.
어쨌든 등산로 초입부터 내 눈은 호강을 한다. 그렇게 화려한 눈꽃들이 나만을 위해 그 영롱한 자태를 뽐내고 있으니, 원 없이 사진 찍고, 영상에 담고... 남근석 공원까지 가는 길에 명시들이 전시돼 있어, 산객들의 낭만지수를 끌어올려 준다. 남근석 공원의 대형 조형물을 지나, 본격 산행에 돌입한다.
보석보다 빛나고 화려한 눈꽃은 정상까지 계속 이어진다. 내 눈은 이미 멍해질 정도로 눈꽃에 심취해 있다. 사진에 담으며 길을 찾아 가는데, 중간중간 등산로를 못 찾고 여러 차례 알바를 한다. 발자국이 없으니, 산악회 리본이나 이정표에 기대게 되는데, 그것마저도 눈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 눈밑에 두껍게 쌓여 있는 낙엽들로 인해 아이젠을 착용했음에도 자주 미끄러진다. 그나마 스틱을 사용해 지탱을 해주는 바람에 여러 차례 꽈당을 면한다.
힘들게 힘들게 정상에 올라온다.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반대편 상천 주차장 방향도 있으니, 누군가는 정상에 있겠지 하는 기대는 무너진다. 눈 덮인 정상에 가장 먼저 발을 내딛게 된다. 그 짜릿함이란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알지 못한다. 구석구석 두 눈과 카메라에 담는다.
반대편 금수산 섬거리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더 미끄러운 급한 내리막이다. 스틱에 의존해도 여러 차례 넘어진다. 그래도 크게 다치지 않고 무사히 원점으로 돌아온다. 진짜 멋지고, 호사스러웠던 산행!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듯한 금수산 산행이다. 이 기운으로 나쁜 기억 모두 하얀 눈으로 지워버리고, 새롭게 출발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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