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위치한 유일한 국립공원 북한산. 시간이 여유가 없거나, 자투리 시간이 있을 때라도 언제든 찾을 수 있어 좋다. 새벽까지 월드컵 축구 방송과 음주로 인해 예정된 산행 계획이 취소되어, 느지막이 북한산으로 향한다. 다행히 새벽부터 첫눈이 왔다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다.
산행코스(8.75km, 산행시간 3시간 41분)
: 북한산성입구 버스정류장-북한산정탐방센터-계곡길-(삼거리 좌측)-보리사-대동사-약수암-백운봉암문-정상(백운대)-원점회귀
연신내역에서 704번 버스를 타고, 산성입구 정류장에 내려, 탐방센터로 걷는다. 늦게 나와서인가 입구에도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좌측 편 계곡길로 산행을 시작한다. 아직 날은 차가운데, 아침에 내린 눈은 벌써 녹아서 보이지 않는다. 계곡길을 지나 쉼터옆 삼거리에서 좌측 편으로 향한다. 가장 고전적인 북한산 백운대 오르는 길이다. 자주 찾았던 곳이라 꽤나 익숙하다.
원효봉 갈림길에서 백운대 방향으로 직진한다. 너덜길이 계속 이어진다. 오고 가는 산객들이 적어서 속도내기가 좋다. 눈이 다 녹아 미끄럽지 않은 길을 부지런히 오른다. 약수암 쉼터까지 쉬지 않고 오른다. 의외로 이곳이 운치가 있는 곳이다. 오르내리는 산객들이 준비한 식사도 하고, 북한산의 운치를 곱씹는 곳으로 적당하다. 백운봉암문까지 마지막 오르막 구간만 남은 지점이다. 물 한 모금 마시고,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백운봉암문부터는 바람이 무척이나 세차다. 배낭에 넣어두었던 외투를 입고는 북한산 산성을 따라 오른다. 정상 부위에는 아직 눈이 남아 있다. 만경대를 뒤로 두고 멋진 사진을 찍어본다. 사방을 둘러보면, 봉우리마다 하얀 눈의 왕국이다. 좀 일찍 출발해서 왔다면 제대로 만끽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생긴다.
백운대까지 암벽에 가까운 난코스만 남았다. 난간을 꽉 쥐고, 미끄러운 바위를 따라 백운대로 오른다. 평소에도 위험하지만, 눈길은 더욱 위험한 구간이다. 아이젠도 안 하고 조심조심 버티며 정상에 들어선다. 추운 것도 아랑곳없이 감동이 또다시 몰려온다. 평소 같으면 정상석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을 곳에 사람이 거의 없다. 여유 있게 인증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본다. 늦게라도 이곳에 달려오길 잘했다는 만족감. 내게 본격적으로 등산의 길로 안내한 첫 번째 산행지 북한산은 그렇게 또 한 번 영험한 기운을 불어넣어준다. 다시 또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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