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야크 100대 명산 플러스 산행지중에 암릉의 묘미를 제대로 맛보고 싶을 때 찾으면 딱 알맞을 상주(영동)의 백화산. 봄이 오는 길목에 찾아본다. 쫄깃쫄깃한 암릉이 있기에 마음이 각오는 한번 단단히 해야 한다.
산행코스(9.67km, 산행시간 5시간 35분)
: 반야교 주차장-(좌측)-주행봉-칼바위 능선-부들재-칼바위 능선-정상(한성봉)-계곡코스-반야교 주차장
기운으로 풀리던 날씨가 다시 쌀쌀해지는 시기. 바람도 세차게 불어댄다. 가벼운 복장 탓에 더 춥게 다가온다. 서둘러 산행을 시작한다. 주행봉에서 한성봉까지의 칼바위 능선이 암릉이 일품이기에 기대를 많이 한다. 주행봉 방향으로 코스를 잡는다. 짧은 임도를 지난 후 본격적인 오르막이 이어진다.
몸이 풀릴 때까지는 숨이 벅차오를 정도로 버거울 것은 각오해야 한다. 능선길에 올라 주행봉을 바라보고 걷는 지점부터는 불어오는 바람이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칼바위 능선의 짜릿함을 즐기며 주행봉에 들어선다. 넓은 공간에 그나마 바람이 잠잠해서 준비한 식사를 간단히 섭취한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암릉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구간이다. 마음의 준비를 다시 한다.
본격적으로 칼바위를 넘어서는데 발을 디딜 공간이 부족하다. 아찔한 순간이다. 온 신경을 발바닥으로 모은다. 자만은 금물인 시점이다. 필요할 때는 밧줄도 잡고, 나뭇가지도 잡으며 버틴다. 그래도 이런 코스가 오히려 좋다. 짜릿함으로 인해 산행이 즐거움이 배가된다.
험한 암릉이 계속 이어지기에 산행속도는 더디지만, 그래도 정상은 어김없이 내 앞에 길을 내어준다. 드디어 정상인 한성봉에 들어선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들어선 정상에는 정상석이 세 개나 있어 더욱 흥분된다. 하나는 예전의 정상석인 듯하고, 나머지 두 개는 영동군과 상주시 지자체 각각의 작품(?)인 듯하다. 어쨌든 정상석이 여러 개다 보니 기분은 더욱 좋기만 하다.
하산길은 가파르게 이어진다. 계곡길을 따라 내려가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긴 거리의 하산길이다. 이미 다리는 풀려 걷는 게 힘이 들기 시작한다. 급한 경사의 내리막을 거의 다 내려섰다고 느낄 즈음, 짧은 너덜길 구간이 나타난다. 그나마 하산이 거이 다 끝나간다는 신호이기에 마음이 편해진다. 수량이 풍부한 계곡은 여름산행에도 잘 맞을 듯하다. 아직은 날씨가 차서 알탕은 다음 기회로 미룬다. 원점까지 무사히 되돌아온다. 모처럼 장시간의 산행이기에 힘은 더 들었지만, 만족함을 안고 하산을 완료한다. 언제든 다시 한번 더 찾고 싶은 명산목록에 '백화산'을 메모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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