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멀기도 하다. 삼척도 아닌 울진까지. 오랜 시간 버스를 타고 덕구온천 주차장으로 간다. 새벽 일찍 서둘러 출발했음에도 힘들게 덕구온천 등산로 입구에 도착해 정비하고, 산행을 시작한 시간이 11시 40분이니 말이 필요 없는 일이다.
산행코스(11.55km, 산행시간 4시간 15분)
: 덕구온천 등산로입구-1,2헬기장-정상-원탕-효자샘-용소폭포-덕구온천
온도는 그리 높지 않은데, 무척이나 습한 날씨라 그런지 산행출발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땀이 비 오듯 한다. 흐린 날씨로 인해 조망도 크게 좋지 않아 위로 올라가는 일에만 집중한다. 똑같은 코스로 여러 번 올라감에도 이상하게 코스가 기억에 없다. 그만큼 특색이 없다는 반증이다.
2시간이 조금 넘었을 때쯤 한껏 땀 뺀 몸으로 정상과 마주한다. 참, 특이하게도 정상석을 울타리 쳐 놓았다는 것이 응봉산의 특징이다. 그만큼 정상석을 애지중지 보호하고 있다고 생각해야 할까? 인증 후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바로 덕구계곡 방면으로 하산을 시작한다. 가파른 산길이지만, 속도를 높인다. 빨리 내려가 계곡물에 알탕을 하려면 시간이 별로 없다.
전 세계 13개 유명 다리들의 미니어처를 계곡 사이에 설치해 놓은 덕구계곡. 그 13번째 다리인 영국의 포스교와 마주하게 되면서부터는 힘든 산행은 이제 끝. 시원한 계곡과 신기하고 멋진 다리들을 건너며, 산행의 피로를 풀고, 계곡의 시원함과 힐링을 함께 들이마신다. 습하고 무더운 한여름의 산행은 이렇게 부담이 많지만, 그래도 쉬지 않고, 지속하는 걸 보면... 산행의 마력이 어딘가에 숨어있는 것이겠지. 또다시 그 마력 속에 빠져들어갔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는 시간이다. 어김없이 화려한 뒤풀이로 나를 위로하는 시간을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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