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산꾼들은 해마다 한번 이상은 지리산과 설악산을 찾을 계획을 잡는다. 가도 가도 그리워지는 어머니의 이름 지리산과 아버지의 이름 설악산이기에 그런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나는 아직 산꾼이 아닌 듯하다. 100대 명산과 지방 원정산행, 이름 모를 봉우리를 찾는 산행에 매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가끔가다 찾는 설악산은, 그리고 지리산은 그 감동이 덜하지 않다. 오히려 그 이상의 감동이 몰려온다.
산행코스(16.24km, 산행시간 8시간 55분, 등산칼로리 1,880kcal))
: 중산리버스터미널-중산리탐방안내소-통천길-칼바위-장터목대피소-제석봉-통천문-천왕봉(1,915m)-법계사-로타리대피소-칼바위-중산리버스터미널
드디어 지리산으로 향한다. 금요일 밤 11시 30분. 남부터미널에서 버스에 오른다. 부족한 잠을 버스에서 쪽잠으로 채우고 장시간 산행을 준비한다. 새벽 세 시에 중산리에 도착한다. 점심시간 쯤 비소식이 있는바 장비 점검 후 헤드랜턴 착용하고 쉬임 없이 서둘러 출발한다.
초입부터 후텁지근하다. 땀이 온몸을 휘감는다. 불쾌지수 최고치에 오른다. 그래도 개의치 않고 칼바위 갈림길까지 내쳐 진행한다. 이곳에서 우리는 장터목 대피소 방면인 좌측으로 향한다. 법계사 방면은 오르막 경사가 심해 처음부터 돌아가는 길을 택한다. 두 시간여를 어둠과 더위와 싸우며 올라가는 도중 비를 만나게 된다. 일기예보보다 훨씬 이른 비와의 조우이다. 더위보다 비를 맞는 게 나을 듯하여 우리 일행은 굳이 우비를 입지 않고 비를 맞으며 진행한다. 그런데, 비는 점차 거세지고...
철수할 기회도 얻지 못한 채 장터목 대피소를 향해 나아간다. 힘들게 힘들게 자리를 내준 장터목 대피소 취사장에서 준비해 간 음식들을 먹는다. 진짜 꿀맛이다. 공식적으로 버너를 사용할 수 있으니 라면은 기본이다. 즐거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날이 개어있다. 멀리 무지개도 모습을 드러낸다. 이 멋진 장관을 눈앞에서 경험하다니.. 사진을 여러 장 찍고 제석봉을 향해 나아간다. 이때까지 맑은 날씨가 계속되었고 제석봉 능선과 전망대의 경관이 예술 그 자체다. 환상적이다.
그러나 지리산은 그 이상 맑은 날씨를 허락하지 않는다. 제석봉부터 천왕봉으로 가는 길에는 안개가 짙어지고 안개비가 함께한다. 자욱한 안갯속에 천왕봉에 이른다. 이 얼마나 감격적인 순간인가? 안개비로 인해 조망을 즐기지는 못했지만, 그 자체로 천왕봉은 절대 갑의 존재다. 힘들게 올라왔지만, 하산길을 서두를 수밖에 없다.
법계사 쪽 험한 계단을 내려가는 것도 그렇지만 잠시 소강상태였던 비가 폭우로 변하고 있기 때문. 거의 쉬지 못하고 추위를 피하기 위해 우비를 쓰고 계속 나아간다. 평생 맞을 비를 오늘 다 맞는 듯한..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것 같던 하산길도 결국 끝을 보인다. 식당에서 간단히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는다. 개운하다.. 비빔밥에 흑돼지 불고기와 함께한 하산주는 꿀맛.. 하루의 피로를 모두 씻어 버리고 서울행 버스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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