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라던 성철스님의 말씀이 생각나는 날들이 무려 석 달이 이어진다. 불의의 낙상사고로 인해 그 좋아하는 산을 못 찾은 게 3개월이나 흘렀나 보다. 오매불망 기다리던 산행이건만, 회복은 그리 쉽게 되지 않는다. 그나마 약간 다리를 절긴 해도 걷는 데는 무리가 없어 3월 1일을 기해 둘레길부터 찾는다. 쉽게 마음속에 딱 와닿는 게 안산 둘레길이다. 편하게, 편한 사람들과 함께 천천히 걷기로 하고 계획을 잡아본다.
산행코스(6.99km, 산행시간 2시간 26분, 등산칼로리 862kcal)
: 독립문역 5번 출구-서대문 형무소-둘레길 우측편-북카페쉼터-전망대-황톳길-메타세콰이어길-무악정-봉수대-서대문 형무소-독립문역 5번 출구
오래 전부터 작정을 한 날이 하필이면 다시 추워진 날씨라 방한 용품을 준비하고 출발한다. 한창 3.1절 행사를 준비 중인 스태프들을 뒤로하고, 역사의 장소인 서대문 형무소를 지나 안산 둘레길에 접어든다. 우측 편으로 시작을 한다. 편안한 목재데크길이 시작된다. 아직 불편한 다리에 무리를 주지 않으며 속도를 올린다. 차가웠던 바람도 어느새 무뎌지고, 무난한 트레킹이 된다. 북카페쉼터는 그냥 패스하고 마주한 전망대에서 잠깐 사진 한 장을 찍는다. 함께 하는 아우들이 너무나 고맙다. 마음을 전한다.
계속되는 데크길을 따라 걷다 보면, 전에 보지 못한 비닐에 씌어진 황톳길이 나타난다. 여유 있게 이곳을 맨발로 경험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아직 제때를 만나지 못한 메타세콰이어길은 그래도 나름 운치가 있다. 숲속무대에서 잠시 휴식을 갖고 계속해서 데크길을 딸 걷는다. 봉원사를 지나면 보이는 갈림길에서 드디어 무악점 이정표를 따라 봉수대를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안산 둘레길 혹은 봉수대 산행의 그나마 난코스가 이 부분이다. 과연 현재 다리 상태로 오를 수 있을까?
가급적이면 속도를 더 줄이고, 조심조심하며 무악정 정자를 지나 봉수대룰 향해 나아간다. 돌계단이 이어지고 봉수대의 멋진 외관과 만난다. 휴일이라 그런지 봉수대에는 시민들이 많이 보인다.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모습이다. 이곳저곳에서 기념사진을 남긴다. 물론 함께 한 동생들과도 한 커트 남겨본다. 봉수대에서 바라보는 인왕산과 북한산 전경, 그리고 독립문 주변의 시내 경관을 즐긴다. 멀리 남산타워, 그 뒤에 롯데2타워도 보인다. 가시거리가 좋아 멋진 조망이 가능하다.
봉수대에서 내려오는 길은 좌측 편이다. 내가 이쪽 길을 와봤던 적이 있던가 헷갈린다. 어쨌든 데크가 아닌, 다소 가파른 바위길, 미끄러운 계단길을 지난다. 아직 불편한 다리 상태를 감안해 스틱 한 짝을 짚고 내려감에도 다소 불안하기만 하다. 조심조심하며 그래도 무사히 원점까지 돌아온다. 일행들에게는 난이도가 없는 힐링코스이지만, 내게는 그 어는 명산 못지않은 짜릿한 산행으로 마무리된다. 서대문형무소에서 대형 태극기 앞 사진 한 장을 끝으로 산행을 끝내고 인근 맛집으로 뒤풀이를 향해 이동한다. 너무나 기억에 남는 멋진 시간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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