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산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기에 혼산이란 것을 처음 하게 된 곳이 사패산이다. 한여름에 산행을 하면서, 초입에서 뱀을 만나기도 하고 꽤나 기억에 남는 산이다. 시간이 될 때 혼자 찾을 수 있는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다. 모처럼 혼자가 아닌 여럿 친구들과 함께 따뜻한 봄날에 그곳을 찾게 된다.
산행코스(10.6km, 산행시간 5시간 31분, 등산칼로리 1,617kcal)
: 회룡역 2번 출구-호암사-정상-사패능선-포대능선-망월사-원도봉 탐방지원센터-망월사역
회룡역까지 전철로 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집에서부터 거의 두 시간여 걸려서 회룡역에 도착한다. 역 앞 양평해장국집에서 아침식사와 반주로 허기진 배를 채워준다. 집결시간에 맞춰 2번 출구 앞으로 가서 친구들과 합류한다. 17명이 함께 하는 산행이다. 도로를 따라 호암사 방향으로 천천히 걷는다. 호암사 일주문 앞에서 복장을 정비하고 본격 산행을 시작한다.
사패산 정상까지 이어지는 길은 계속되는 오르막이다. 그러나 호암사에서부터 정상까지 2.2km 구간은 그렇게 험한 구간은 아니다. 연두연두한 봄기운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한창 절정에 이른 참꽃은 멋짐을 강하게 방출한다. 날도 좋고, 시야도 좋아 정상까지 가는 길이 어느 때보다 더 편안하다.
정상 주변에서 진달래꽃잎을 몇 개 따서 정상에 들어선다. 그 어느 명산의 정상부보다 여유로운 사패산은 만족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친구들에게 진달래꽃잎을 하나씩 분양한다. 막걸리에 띄워서 운치를 만끽한다. 사패산 정상 여기저기를 둘러보며, 사진에 담는다. 바위구간을 그래도 부담 없이 돌아다닐 수 있다는 것이 더없이 좋다.
하산길은 사패능선을 따라 시작한다. 봄기운이 완연한 그 길은 이제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 20도가 넘는 날씨로 벌써 땀으로 범벅이 된다. 더워지기 시작하면 더욱 체력적으로 산행이 어려워진다. 나에게는 마의 계절이다. 유독 더위에 약한 체질 때문이다. 어렵게 포대능선에 진입한다. 탁 트인 그곳에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니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포대능선에서 망월사 방향 갈림길 앞에 선다. 이곳에서 망월사까지는 5백 미터에 불과하나 그곳이 끝이 아니기에 안심하면 안 된다. 원도봉 탐방지원센터까지 2.4km라는 이정표를 더 신경 써야 한다. 그래도 망월사까지 더위를 이기고 도착한다. 도봉산 최고의 포토존이 바로 이곳이다. 망월사에서 올려다보는 도봉산 정상은 어느 계절, 어느 날씨에나 최고를 선사한다.
망월사에서부터 원도봉 탐방지원센터까지 내려가는 길은 지루한 내리막길이다. 잠시도 한눈팔 수 없는 너덜길이다. 계곡엔 물이 말라 있어 더욱 갈증을 부채질한다. 거의 하산이 마무리될 즈음 뱃살측정기구 앞에 선다. 1년 전에 이곳에 왔을 때는 그래도 10대(?)를 통과했는데, 이상하게도 20대도 아닌 30대가 최선이다. 그간 체중도 늘지 않았는데 무슨 일이 벌어졌던 걸까? 10km가 넘는 코스를 무사히 마무리한다. 당연히 친구들과의 멋진 회포 푸는 시간이 늦게까지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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