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찾아온 가을이, 또 허무할 만큼 빠른 시간에 사라지려 한다. 계속해서 단풍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풀어보고자, 여기저기 인스타 등 포스팅을 참고해 저물어가는 단풍맛집을 찾는다. 얼마 전 복구한 수락산 기차바위의 로프도 궁금해진다. 그곳으로 가는 길의 단풍이 절정이라는 포스팅 글을 참고해 지하철을 이용해 장암역으로 이동한다. 올해의 마지막 단풍의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인가?
산행코스(8.23km, 산행시간 3시간 35분, 등산칼로리 2,118kcal)
: 장암역-석림사-제 1쉼터-(1-3코스)-기차바위-헬기장-정상(주봉)-철모바위-독수리바위-깔딱고개-새광장-신선교-수락골 입구
장암역에 내려 수락산을 올려다보니, 온 산이 울긋불긋하다. 제대로 익어가는 모양이다. 마음이 급해진다. 차도를 건너 석림사 방면으로 서둘러 걷는다. 양 옆으로 선홍색의 단풍이 보이기 시작한다.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단풍을 즐긴다. 석림사 일주문을 지나 본격적인 등산로에 진입한다. 수락산 주봉까지 2.3km라고 하는 이정표가 보이지만, 기차바위로 우회하게 되면 7백 미터 정도를 더 진행해야 한다. 수락산 주봉을 1.5km 남겨둔 갈림길에서 좌측 편 기차바위 방향으로 향한다.
온 산이 붉은 색은 아니지만, 군데군데 화려한 단풍을 만나게 되니 감동이 밀려온다. 깔딱 고개에 비해 어렵지 않은 오르막을 쉬엄쉬엄 올라가다 보면, 고도를 바짝 올리는 계단과 만나게 된다. 계단이 끝나는 지점에서 드디어 기차바위를 만날 수 있다. 의외로 등산객은 젊은 커플 한 쌍밖에 보이지 않아 여유롭게 로프를 잡고 기차바위를 오른다. 이렇게 여유 있게 기차바위를 즐길 수 있을 때도 있구나! 한 장의 사진을 찍고, 주변을 돌아본 여유를 가진 다음에 급경사의 암벽구간을 로프에 의지해 한달음에 올라간다.
공터가 나타난다. 헬기장이다. 이곳에서 정상까지는 550m라는 이정표를 만난다. 편안한 길이 이어지는 구간이다. 멀리 펄럭이는 깃발이 보인다. 바로 주봉이다. 마지막 계단을 오르고 수락산 정상에 들어선다. 몇 명의 산객이 인증샷을 찍고 있다. 부지런한 아이스께끼 장수는 이미 전을 펼치고 있다가, 정상 인증샷을 찍어 주신다. 많이 찍어본 솜씨라 역시 구도도 잘 잡는다. 아직까지 공복인 상태라 허기가 져 온다. 매점이 문을 열었을까 기대하며 매점 방향으로 계단을 내려선다.
매점은 아직 오픈 전인지, 아니면 영업을 접은 건지 적막한 상태이다. 난감한 상황과 만난다. 물 한 모금을 마시고 하산을 서둘 수밖에 없다. 철모바위와 독수리바위 등 절경을 감상하며 깔딱 고개에 내려선다. 이곳부터는 조망 없는 지루한 너덜길 내리막이라 할 수 있다. 발 밑을 조심하며 천천히 걷다 보면 새광장이다. 너덜길 구간은 끝이 난다. 날머리까지 남은 구간은 다시 단풍 삼매경 시간이다. 여기저기 사진에 담아본다. 저물어가는 24년의 가을을 마음속으로 옮기고 있다. 무사히 수락골 입구에 도착해, 함께 식사를 하려고 기다리는 지인들과 합석하기 위해 의정부 명태대가로 이동한다. 오늘도 역시 뒤풀이의 시간은 오래오래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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