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히 6년 전 이맘때 기대하지 않았던 환상의 눈꽃을 보았던 그 주흘산을 다시금 찾는다. 장기간 이어진 산불로 많이 어수선한 때라 버스에 올라타는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그나마 전일 내린 소량의 비로 산불이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는 소식으로 인해 마음의 짐을 조금은 덜고 간다. 과연 올해 3월의 마지막주 주말엔 어떤 날씨를 선사할까 하는 기대 아닌 기대를 하고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하차한다.


산행 코스(11.1km, 산행시간 5시간 27분, 소모열량 2,286kcal)
: 문경새재 주차장-제1관문-여궁폭포-혜국사-대궐샘-주봉-영봉-제2관문


주차장에서 간단히 준비를 마치고, 제1관문 방향으로 진행한다. 매번 같은 코스로 산행하게 된다. 이미 여러 차례 왔었기에 길이 많이 낯이 익다. 파란 하늘은 정상에서의 멋진 조망을 기대케 하기에 충분하다. 테크길을 따라가다가 문경새재 과거길 표지석 앞에서 포즈를 취한다. 1 관문을 지나 우측 편 여궁폭포 방향으로 향한다. 잠시 도로를 따라가다가 본격적인 오르막 산길로 접어든다.








제1관문에서 약 1km 지점에서 만나는 여궁폭포는 예나 지금이나 인상적인 자태를 보여준다. 많은 일행들 때문에 충분히 여유 있는 포토타임을 갖지는 못하고 한 장의 사진만 담는다. 1천 미터가 넘는 주흘산에서도 이제부터가 난이도가 있는 긴 오르막 구간이다. 너덜길 구간도 길게 이어지고, 숨이 턱에 차오를 정도로 힘이 들게 한다. 혜국사 앞 갈림길에서 잠시 쉬며 수분을 보충한다.








갑자기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고 날이 흐려지기 시작한다. 불안감이 엄습한다. 속도를 올려 계곡길을 따라 오른다. 그래도 여러 차례 와 본 길이라고 그전보다 힘이 덜 들게 느껴진다. 올 때마다 사진을 찍고는 하던 대궐샘 앞에 도착한다. 이곳에서 903 계단이 시작된다. 이미 점심 식사 시간이기에 대궐샘 옆 공터에서 간단히 식사를 즐긴다. 식사하는 동안에 흐렸던 날씨에 눈까지 날리기 시작한다. 다시금 서둘러 주봉을 향해 오른다.








903 계단을 오르면 주봉이 근접거리에 있다. 세 찬 바람에 흣날리던 눈발이 점점 더 거세진다. 주봉에 올라 빠르게 인증사진 한 장을 남기고 영봉 방향으로 속도를 올린다. 이미 능선에는 눈이 쌓이기 시작하고, 양이 많아진 눈발이 날리면서 시야를 어지럽힌다. 조심하며, 조심하며 걷는다. 드디어 영봉이다. 눈이 쌓이고 우리가 첫 팀이라 하얀 설국에 내 발자국이 찍힌다. 여유를 즐길 새도 없이 사진 한 장 남기고, 우측 편 제2 관문 방향으로 하산을 서두른다.








졸지에 러셀을 하게 된다. 안 쓰던 스틱도 꺼내고 조심히 가파른 길을 내려간다. 아뿔싸, 불안한 느낌이 현실이 된다. 눈길에 미끄러지며, 손목을 다친다. 심하게 아프지만, 어쩔 수가 없다. 참고, 준비한 아이젠까지 착용하고 후배의 도움을 받아 조심하며 제2관문 방향으로 말없이 걷는다. 다행히 눈이 잦아들고, 등로가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멀게만 느껴졌던 제2 관문에 무사히 도착한다. 부상만 입지 않았으면 당연히 걸었을 제2관문부터 주차장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한다. 주흘산의 기억은 그렇게 강렬하게 내게 심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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