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때면 눈에 밟히는 산이 설악산이다. 대부분의 산꾼들의 공통된 심경일 듯하다. 매일 가고 싶어도, 무박산행의 버거움으로 항상 긴장하고, 두려움에 빠지기도 하는 산이다. 눈 딱 감고 그런 두려움에 앞서, 설악의 가을 속살을 다시 만지고 싶어 친구들과의 산행일정에 참석 버튼을 일찌감치 누른다. D 데이가 가까울수록 더욱 긴장이 되고, 취소하고픈 마음까지 부지기수로 드는데. 드디어 설악산으로의 산행일이 밝았다.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설악으로 가는 버스를 타러 사당역으로 달려간다.
산행코스(13.8km, 산행시간 8시간 1분, 등산칼로리 2,243kcal)
: 한계령 휴게소-한계령 삼거리 -(서북능선)-끝청-중청 대피소-정상(대청봉)-설악폭포-(오색동 코스)-남설악탐방지원센터
한참을 달려, 한계령 휴게소 근처에 도착해서 한 시간여를 차에서 휴식을 취한다. 새벽 4시부터 산행을 시작한다. 확실히 1시간 늦춰서 산행을 하니, 산객들이 많이 적어서 산행속도가 나서 좋다. 헤드렌턴에 의지해, 어두움을 뚫고 한계령 삼거리를 향한다. 계단을 세 번 정도 거치면, 한계령 삼거리가 나타난다. 이곳에서 블랙야크 백두대간 인증 사진을 한 장 찍고 계속해서 산행을 이어 나간다.
첫번째 난코스인 한계령 삼거리까지의 구간을 넘어서면 서북능선길이다. 오르내림은 있지만, 그래도 걸을만한 길이다. 멀리 용아장성 방향으로 여명이 흐릿하게 비춰오기 시작한다. 끝청에서 일출을 보려던 계획은 처음부터 깨졌지만, 그래도 서둘러야, 멋진 일출 포인트에서의 추억 한 페이지가 가능하지 싶어 속도를 올린다. 차차 날이 밝아 오지만, 아쉽게도 멀리 흐린 하늘은 걷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이름 모를 봉우리에서 휴식을 취하며, 가쁜 숨을 돌린다.
일출의 기대가 깨지고 얼마 되지 않은 시간부터 하늘이 열리기 시작한다. 맑은 하늘을 보게 되니 그래도 아쉬움은 덜하다. 끝청봉에 이를 때쯤에는 운해에 둘러싸인 산그리메를 보게 되고, 한참을 머물며 주변의 조망을 탐한다. 기대했던 멋진 단풍도 이미 한풀 꺾였는지, 부족함이 많다. 설악의 숨소리에 만족하며, 중청 대피소까지 내쳐 진행한다. 중청 대피소에는 이미 많은 산객들이 자리를 잡고, 허기진 배를 채우고 있다. 우리도 대피소 뒤편으로 들어가, 삼겹살과 라면으로 이른 점심식사를 해결한다. 너무나 꿀맛 같은 삼겹살과 라면의 조화를 맛본다.
중청 대피소에서 바로 눈을 들면 보이는 대청봉을 향해 힘을 내본다. 오르면서 뒤돌아보는 공룡능선의 모습이 애잔하다. 다시 구름이 몰려들며 흐려지는 날씨 때문이리라. 중청에서 별로 길지 않은 대청봉까지의 거리임에도 더욱 한걸음 한걸음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언제 다시 또 올 것인가에 대한 내 자신에게 향한 질문의 영향일 테지! 대청봉에 들어선다. 예상보다는 그리 많지 않은 정상석 대기줄임에도 줄을 서지 않고, 측면에서의 한 장 사진으로 갈음한다. 대신 함께 한 친구들과의 추억의 단체사진 한 장은 남긴다. 숨을 한번 돌리고, 본격적인 최악(?)의 코스를 따라 하산을 시작한다.
대청봉에서 남설악 탐방지원센터까지는 편도 5km의 끊임없는 가파른 내리막 구간이다. 각오를 하고 조심하며 내려간다. 서북능선길에서 보지 못한 단풍을 이 코스에서는 마음껏 즐긴다. 어느새 흐렸던 하늘에서 비가 오기 시작한다. 더 이상 단풍을 즐기지 못하고, 험한 내리막 길에 무사히 내려가는 일에 집중한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이 이어진다. 지리산 중산리 칼바위코스보다도 더욱 난이도가 높은 구간이 아마도 이 오색동 코스일 것이다. 이정표에서 남은 거리를 보기 시작하면 더욱 힘이 드는 코스이니, 이정표는 가급적 신경 안 쓰는 편이 좋다. 남설악 탐방지원센터 앞에 내려선다. 산행시간만 장장 8시간 걸린 힘든 산행이 그래도 무사히 마무리된다. 가을의 한복판에서 함께 설악을 느낀 친구들과 더 신나는 하산식을 위해 이동한다. 고마운 밤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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